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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고흥 녹동 앞바다에서의 훌치기 낚시

"낚시하는 사람들한테 낚시 왜가냐고 물어보면 뭐라 하는줄 알아??"

 

명절을 맞아 아버지와 둘이서 고흥에 성묘를 갔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아버지께서 나에게 물었다

"훌치기 하러 갈래?"

훌치기가 뭔가 했더니

미끼도 없이 바늘가지고 물고기를 훅! 쳐서 낚아 올리는 것이라고 하셨다

요즘 숭어가 몰려드는데 거기에 바늘 던지고 바늘로 다가오는 숭어를

훅! 치면 낚아진다고 하셨다

그래서 훌치기인가...

예전에 낚시 1도 모르는 친구와 선배와 함께 새벽낚시를 갔는데

정말 캄캄하고 아무것도 안보이는 바다에서 낚시를 했다

던지기만 하면 자꾸 뭐가 걸리길래 알고봤더니

물이 다 빠져서 뻘밭에다가 3명이서 낚시대를 던지고 있엇던 것이다

여튼 그 이후에 낚시에 흥미가 많이 떨어졌지만

오랜만에 아부지와 시간을 보내볼까 하고 기쁜 마음에 따라 나섰다

낚시를 가기전 낚시매장에 들려 훌치기 바늘을 구입했다

5개에 천원

한 바늘에 3개의 바늘이 붙어 있으니

3개바늘 * 5개 = 15마리

천원에 15마리면 괜찮겠군 하는 설레임이 밀려왔다

 

 

바늘이 상당히 크고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자 이제 훌치기를 하러 가볼까

 

방파제쪽을 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훌치기를 하고 있었다

여기가 훌치기 명소인가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박스와 패딩을 깔맞춤하고 와서

멋지게 낚아올리고 있었다

막 두마리씩 고기가 걸려서 나오더라

맨 오른쪽에 까만 옷 입으신 우리 아부지의 오른손에 있는

비닐봉지는 물고기를 넣어오기 위한 비닐봉지다

아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고기 넣어갈 박스를 가져왔어야 했나

일단 위풍당당하게 입장했다

 

물에 던져놓고 기다렸다

.

.

안잡힌다

 

 

장소가 문제인가 하여

밑에 정박되어 있는 배로 이동해서

낚시대를 던져놓고 기다렸다

.

.

안잡힌다

 

 

이 와중에 바다 배경은 참 멋지다

이맛에 낚시 오나?

에이 그래도 낚시하러 왔는데 물고기는 잡아야지!

 

 

내가 잡은 물고기였으면 좋겠지만

처음에 말했다시피 우리는 비닐봉지를 들고 갔다

이런 고급(?)통은 우리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훨훨 낚아댔다

좀 징그럽긴 하지만 훌치기는 물고기가 입으로 미끼를 물어 걸리는게 아니라

돌아다니는 애들을 저 큰 바늘로 낚아채는 형태다 보니

몸통에 바늘이 걸려서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저렇게 피가 많은가 싶다

여튼 남의통 구경하면서 낚시대 던지면서 약 2시간정도 있었나

 

 

아부지와 내가 들고간 비닐봉지엔 결국 우리가 가져갔던 장갑을 그대로 담아왔다

피한방울 안묻혔다

알고봤더니

아부지도 낚시는 몇번 해봤지만 훌치기는 1도 안해보셨다

그래도 낚시를 좋아하는 아부지와 시간을 같이 보내고

바다도 보고 좋은 시간을 보내긴 해서 좋았다

낚시대 정리하고 차에 타면서 아버지께 물었다

나 : 대체 낚시 왜 다니는 거에요? 이렇게 한마리도 못잡아도 재밌나??

아버지 : 너 낚시다니는 사람들한테 낚시 왜가냐고 물어보면 뭐라 하는줄 알아??

나 : 뭐라 하는데요?

아버지 : "그냥 가" 라고 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자연을 보러 온것도,

고기를 잡으로 온것도 아니다

오늘

그냥 온거다

뭔가 명쾌하면서도 이해가 되면서도 웃기는 말이다

그냥간다.

그냥.

.

.

때로는 목적도 없이 모든걸 다 잊고 휙 떠날수 있는 여유

그래서 그냥 간다고 하나보다

그래서 낚시를 하나보다